꿀물과 독약

  • 이금용
  • 조회 2440
  • 일반
  • 2006.03.28
하루 일을 마치고 피곤한 몸으로 귀가하던 한 청년에게 사탄이 찾아왔습니다. 사탄은 자신이 들고 온 열 개의 병을 내보이며 청년에게 게임을 하자고 제의했습니다.

"이 열 개의 병 중에 단 한 개에만 독약이 들어 있고 나머지 아홉개의 병에는 달콤한 꿀이 들어 있지. 만약에 자네가 꿀이 들어 있는 병을 고른다면 엄청난 돈을 주겠네. 자, 한 번 골라보게나."

청년은 고민하다가 한 병을 골라 마셨습니다.
달디단 꿀물이 목을 타고 들어왔습니다.
"와, 살았다! 자, 어서 약속한 돈을 주고 썩 꺼져버려!"
의기양양한 청년에게 사탄은 약속대로 엄청난 돈을 주며 말했습니다.
"언제라도 돈이 필요할 때 날 찾아오게나. 다음엔 돈을 곱으로 줄 테니."

청년은 쉽게 많은 돈을 벌게 되니 생활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었고, 술과 도박에 깊이 빠져버렸습니다. 술로 인해 건강은 극도로 나빠지고, 더이상 직장을 구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점점 나이만 먹어갔습니다. 돈이 필요할 때는 스스럼없이 사탄을 찾아가 게임을 하고 돈을 가져왔습니다.

어느덧 청년은 노인이 되었고 이제 병은 딱 두 개만 남게 되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남은 두 개의 병 중에서 하나를 골랐습니다. 그리고 단숨에 들이켰습니다. 꿀물이었습니다.

"내가 이겼어! 마지막까지 내가 이긴 거야. 자, 돈을줘. 어서 돈을 달라고!"
기뻐하는 그의 모습을 비웃듯이 지켜보던 사탄은 마지막 남은 병을 자신이 들이켰습니다.

"자, 이래도 네가 이겼다고 생각해? 애초에 독약이란 있지도 않았어. 하지만 너는 독약으로 인해 이미 죽어가고 있어. 내가 준 턱 없이 많은 돈으로 인해 너의 인생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망쳐졌어. 하하하! 나는 돈으로 네 인생을 산 거야."



서둘러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흐트러진 그대를 돈과 쾌락이 가장 좋은 대상으로 낙점하고 끊임없이 유혹하고 있을지 모르니……. 그 유혹은 언제나 한꺼번에 그대를 소유하려 하지 않고 지극히 조금씩 조금씩 그대를 갉아먹고 있기에 못 느끼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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